[7편] 귤을 팔기보다 감동을 전하고 싶었다 – 생기농장의 포장 이야기

기억에 남는 귤을 만들고 싶었다 – 생기농장의 포장 이야기

얼마 전, 나는 체험키트를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했다.
딱히 큰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.
“일단 한번 보내보자”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었다.

그런데 이걸 준비하다 보니,
포장 하나, 문구 한 줄이 이렇게 중요한 거였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.

나는 지금, 단순히 귤을 팔고 싶다기보다는 ‘기억에 남는 귤’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다.
그래서 이 글은, 처음 체험키트를 만들게 된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연장선으로, 감정이 담긴 포장이란 어떤 것인가?에 대한 나의 고민을 담고 있다.

🍊 문구 하나에 담긴 힘

“쓸데없이 맛있는 귤”
“너만 먹어귤”
“나만 먹을 수 없는 귤”

이건 처음엔 재미로 생각해본 문구들이었다.
하지만 쓸수록 자꾸 애착이 생긴다.

박스를 열었을 때 이런 문구가 눈에 띄면,
그 순간부터 이건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선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.

나는 이 문구들을 통해, ‘이 귤을 어떻게 느끼게 하고 싶은가’라는 질문에 대한 나만의 대답을 담고 싶었다.

이 감성적인 브랜드 방향은 생기농장의 브랜드 스토리에서도 더 자세히 풀어놓은 바 있다.

💌 카드 한 장이 만들어주는 경험

나는 포장 안에 카드 한 장을 꼭 넣고 싶었다.
대단한 내용이 아니라, 우리 가족의 진심이 담긴 말이면 충분했다.

“오늘 아침, 어머니가 수확하고
아버지가 포장한 귤입니다.
생기 가득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:)”

이건 마케팅용 멘트가 아니라, 진짜 우리 집 이야기다.

카드 하나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걸, 직거래 플랫폼 준비 체크리스트 글에서도 강조한 바 있다.

📦 포장 = 브랜드의 첫인상

포장 디자인도 요즘 계속 고민 중이다.
나는 딱딱한 택배 상자보다, 선물 같은 감성 박스를 만들고 싶다.

• 겉면: 따뜻한 톤의 색상 + 짧은 문구
• 박스를 열면 문구가 바로 보이게
• 안에는 상태 좋은 귤과 카드
• 포장은 과하지 않게, 깔끔하고 따뜻하게

사람들은 사실 물건보다 느낌을 기억한다.
특히 요즘은 감성이 소비를 이끄는 시대다.

“이 박스, 예쁘다”
“이 카드, 감동이야”
이런 말이 브랜드를 만들어준다.

🌱 나는 ‘감성을 설계’ 중이다

예전에는 브랜드라고 하면 로고, 홈페이지, 광고를 떠올렸다.
하지만 지금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.

브랜드는 결국 ‘느낌’이고,
그 느낌을 설계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.

• 어떤 말투로 이야기할까?
• 어떤 색이 따뜻할까?
• 손글씨는 부담스럽지 않을까?
• 포장은 심플한 게 좋을까?

그리고 나는 이 고민을 하며,
포장할 귤 품종 정리도 함께 해두고 있다.

🍊 작은 포장이 브랜드가 되는 순간

사람들이 포장지를 보고 웃었으면 좋겠다.
문구를 보고 “아, 이건 기억에 남는다” 했으면 좋겠다.
한 입 먹고 “이건 그냥 귤이 아니네” 했으면 좋겠다.

나는 그런 귤을 만들고 싶다.
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.

지금 나는 한 줄 문구 하나를 고르기 위해 몇 시간씩 고민하고,
카드 문구를 메모장에 계속 적고 지우는 중이다.

이 모든 과정이, 단순히 ‘팔기 위한 노력’이 아니라 감정 설계라고 나는 믿는다.

마무리하며 – 포장에서 시작된 브랜드

정답은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.
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, 나는 생기농장을 내 손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.

귤을 파는 일이 아니라, 감동을 전하는 일.
그게 내가 만들고 싶은 플랫폼이다.

그리고 이 브랜드는,
포장지 하나, 카드 한 장, 문구 한 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.